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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maple.tistory.com <글을 써주신 조아님의 블로그입니다!

 

주유키 +하나치에 양념 살짝 뿌려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쓰시는 분께서 원작을 접해보시지 않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만 요약해 보내드려서 신청했습니다!! 본편 엔딩 n년 후 시점 2학년조만 나오는 소설입니다. 더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읽는데 방해될테니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최고의 주유키 소설입니다. 장담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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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w.조아

 

 

1.

번화가에 위치한 가게는 점심이면 유명한 맛집이든 아니든 사람이 붐볐다. 작은 라멘가게니까 괜찮겠지. 처음 이곳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을  아주 가벼운 생각이었다. 적당히 놀면서 돈도 벌고 그러자고. 철없는 생각이었다. 하나무라는 어깨를 들고 관자놀이를 따라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여름도 아닌데 입고 있는 반팔티가 땀으로 눅눅했으나 그걸 신경  겨를도 없이 바빴다. 점심시간은 언제나 고되다.

 

이제 정말 죽겠다 생각이  즈음 좁은 가게 안이 한산해졌다. 주방장은 하나무라에게 돈코츠 라멘을 내어주며 먼저 식사할 것을 권했다. 아저씨는요? 묻기  어깨 너머로 일거리가 쌓인 주방이 얼핏 보였다. 싱크대를 어마어마하게 채운 그릇에 하나무라는 그저 그릇을 받아들었다.

 

언제나와 같은 하루가 다르게 느껴진  오후 4 경이다. 점심을 먹고,  그릇과 테이블 정리  저녁 장사 준비 등을 마친 하나무라는 카운터에 기대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드르륵. 미닫이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입에 붙은 인사는 건네보지도 못하고 온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요스케, 오랜만이네.”

 

인사를 받고 나서야 현실감이 돌아왔다.

 

나루카미!!”

 

눈을 번쩍 뜨고 반가움이 가득한 소리를 내니 나루카미가 부끄러운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재빨리 적당한 자리로 그를 안내한 하나무라가 어쩐 일로 왔느냐 묻자 나루카미는 라멘 가게에 당연히 라멘 먹으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그러네. 시내에 위치한 라멘가게는 바다 건너 비행기를 타고  손님도   있고 시골에서  손님도   있으니 같은 도시에 사는 나루카미라고    없지 않은가. 조금 진정한 하나무라가 메뉴판을 식탁에 내려놓는다.

 

 손님,  먹을래?”

 

다만 너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그랬다.

 

 

2.

그땐 그랬지. 오랜만에 만난 관계에선 그런 대화가 오간다. 본능적으로 오래 부재했던 사이의 매개가 과거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무라는 저녁타임 일을 뺐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사장  주방장에게 양해를 구했고 대타가 온다면 가도 좋다는 답을 들었다. 일이 술술  풀리는 날은  해도 된다고, 대타도 쉽사리 구해졌다.

 

 사람은 라멘가게에서 멀지 않은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오코노미야키에 간간히 젓가락을 가져다대며 그동안의 회포를 푸는 동안, 얼음과 콜라가 담긴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고 흘러내리길 반복한다.

 

하나무라는 얼마  자신에게 라멘가게 정직원 권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잠깐 아르바이트로 끝내려고 했던 일이  진지해졌음을 알리자 나루카미의 표정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진로를 이쪽으로 결정할지 어쩔지는 아직 생각중이라는 말엔 같이 고민해주었으며 좋은 선택을   있을거란 덕담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자신의 고민도 고민이지만 하나무라는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기왕이면 자신이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로. 가령,

 

나루카미. 대학은  어때.”

글쎄…. 딱히 요스케가 재밌어할 만한  없는데.”

 

지나치게 일상적이라 그다지 말할  없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하나무라는 괜찮다며 이야기할 것을 종용했다. 나루카미는 잠깐 고민하는 듯싶더니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더듬더듬 말했다. 전공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아 전과를 할까 생각 중이라느니, 요즘엔 교양 수업을 들으러 다른 단대까지 가는데  과정이 귀찮지만  재밌다느니 하는 것들을 듣자 하나무라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렸다.

 

다른 애들은? 아마기랑 사토나카.”

가끔 보긴 하지만 소속이 다르니까 자주 보긴 힘들어.”

그래? 아마기랑도?”

 

진로 결정을 가장 먼저 끝낸  하나무라였으나, 라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라는 구체적 결정을 내린   사람이 대학에 입학한 이후였다. 라멘 가게에 채용이 결정 났을  가장 먼저 나루카미에게 연락을 했다.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 있다면 파트너에게 사실을 알리고 축하를 받는  정도다. 그래서 얼마  나루카미가 다른  사람을 데리고 라멘가게에 나타났을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을 시작했다기에 보러 왔다는 아마기의 말에 감동했으며 그렇게 좋으면 서비스를 쏘라는 사토나카의 말엔 벼룩의 간을 빼먹으라며 핀잔을 줬다. 여전히 하나무라가 그들에게 소속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했다.

 

갑자기 아마기는 ?”

?”

 

그날,  사람은 하나무라의 근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돌아갔다. 그냥 돌아가기엔 아쉬워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가벼운 간식거리를 사서 근처의 공원으로 샜다. 하나뿐인 벤치에 둘은 앉고 둘은 서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졸업을 한지 얼마  되었을 때였기에 주제는 당연히 고등학교 때의 기억이다. 그러다 하나무라는 보게 된다. 아마기의 손짓에 따라 편의점 봉투에서 음료수를 꺼낸 나루카미가 자연스레 뚜껑을 반쯤 돌려딴 후에 다시 아마기에게 넘겨주는 장면을. 별로 이상할 것은 없다. 나루카미는 좋은 녀석이고….

…….

문득 조금  편의점에서 공원까지 오는 길이 생각났다. 골목이  좁았다. 차도 다니는 길은 도무지  사람이 일렬로 걸을  없었고 어쩌다보니 나루카미와 아마기가 나란히 걷고  뒤를 하나무라와 사토나카가 따르는 모양새가 됐다.  사토나카가 여기 있는 거야? 일부러 퉁명스런 소리를 내니 사토나카가 금세 맞받아쳤다. 길이 좁으니까 어쩔  없잖아. 서로를 상처주지 않으며 투닥거리는 사이 앞서 걷던  사람과 거리가 벌어졌다.  사실을 먼저 눈치  하나무라가 - 불만스러운 탄성을 뱉으며 사토나카에게 책임을 물을 준비를 한다.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 눈이 끈질기게  사람에게 달라붙는다. 그리고 우뚝. 사토나카는 고장난 로봇처럼 갑자기 멈춘 하나무라를 돌아봤다. 하나무라  그래?   거라도  사람마냥 멍한 시선에 사토나카는  기다리지 않고 그가 보고 있을 장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줄 알았던 벚나무가 아직 남아있었다. 그것도 이제 끝물인  막바지를 향해 떨어지는 꽃잎이 나루카미의 머리에 달라붙었고, 그걸 발견한 아마기가 작게 웃으며 나루카미를 불러 세웠다. 무언가 대화가 오가는가 싶더니 나루카미가 약간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아마기가 꽃잎을 떼어냈다. 사토나카가 고개를 돌린  이때다. 떼어낸 꽃잎을 보이며 웃는 아마기의 모습이 나루카미의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숨결도 닿을 듯한 거리에 긴장한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이었다. 저러다 입술이라도 부딪치는  아니야? 애먼 생각이 가볍게 스쳤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었다. 하하호호 웃던 둘은 어느 순간 상황을 파악했는지 화들짝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봐도 붉어진  끝이 저절로 상상됐다.

 

그때,  모든  지켜보던  사람은 아마 처음으로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쟤들 그런 사이였냐()?

 

 아마기랑 연락  하냐?”

무슨 연락?”

아니,  이런저런 일로 연락할  있잖아.”

딱히 용건이 없는데 연락하는 것도 실례 아닐까?”

 

반박할 말이 없었다. 나루카미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기는 이름 있는 집안 출신에 고등학교 때부터 인기가 많았으니 시시콜콜한 것으로 아무 때나 연락을 하는  그녀에게 꽤나 귀찮은 일임에 틀림없다. 하나무라는 이를 지적하는 나루카미에게 너는 ‘아무나 아니지 않냐고 되묻고 싶었으나 관두었다. 커플 사이에 끼는 것만큼 비참한 것도 없었다.   끼어들기 시작하면  커플이 끝나기 전까진 감정 샌드백의 역할을 도맡아야 했다. 하나무라는 타기 시작하는 오코노미야키 아래 철판을 박박 긁으며 그들의 대학생활을 짧게 상상했다. 전공 책을 들고 사람 많은 캠퍼스를 걷는 나루카미와 아마기는 흐릿한 상상 속에서도   어울리는  쌍이었다.

 

대학교에서도 인기 많겠다.  아마기씨니까.”

 

무심결에 중얼거리자 나루카미는 대답 대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무거운, 근심걱정을 품은 표정에서 하나무라는 다른 가능성을 떠올렸다. 사실  사람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고등학교 때야 매일같이 얼굴을 보고 같은 수업을 들으니 어색할 틈이 없었겠지만 대학에 가면서 거리감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람은 과도 다르니까 겹치는 수업도 없을 거고. 어쩌면 자신이 짐작하는 것보다  많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나무라는 생각했다.

 

하나무라는 뜨거운 오코노미야키를 후후 불어 입에 넣고 나루카미를 보았다. 왠지 아까보다 기운이 없어 보인다.  녀석은 겉으로 감정이 드라마틱하게 티가 나지 않는 편이니 안으로는 썩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파트너로써 모른  넘어갈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부딪쳐 부담스럽게 하고 싶진 않았다. 기껏 고등학생을 벗어나 어른이 되었는데.

 

여기 오코노미야키 괜찮지 않아?”

 

그래서 하나무라는 몰래 다른 계획을 떠올렸다. , 맛있어. 먹는데 정신이 팔린 나루카미를 두고 하나무라는 차분하게 계획의  단계를 머리에 그렸다.

 

아주 오랜만에 사토나카에게 연락할 이유가 생겼다.

 

 

3.

마지막으로 얼굴 본지가 반년은   같은 동창에게서 문자가 왔다.

 

[ 살고 있냐?]

 

간결하고 의미 모를 메시지를 가만히 응시하던 사토나카는 아마도 하나무라에게 무슨 일이 생긴  틀림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뜬금없이 이런 연락을  리가 없으니까. 답신을 보내는 것보단 전화가 나을  같아 조용히 강의실을 빠져나온 사토나카는 시간을 확인하곤 잠깐의 고민  전화 대신 메시지를 선택했다. 하필 한창 바쁠 점심시간이다.

 

리드미컬한 팝과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하나무라는 연신 다리를 떨어댔다. 연락이 닿은 사토나카와 약속을 잡고 만난  좋았으나 좋아하지도 않는 커피를 하나 시켜놓고 앉아있는 꼴이 스스로와   어울렸다. 과도하게 푹신한 카페의 일인용 소파는 제가 앉아있을 자리가 아닌  했다. 넓은 카페엔 하나무라처럼  잔의 커피와 함께 대화나 소일거리를 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그처럼 불편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하나무라 ! 차분하게 있어.”

 

맞은편에 앉은 사토나카는 짐짓 엄한 표정을 하더니 이내 표정을 풀고 커피를  모금 들이켰다.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대학생. 속으로 감탄한 하나무라는 사토나카를 따라 제몫의 커피를 마셨으나 입안을 가득 채우는 쓴맛에 금방 도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도저히  참겠다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속삭인다.

 

차라리 밥을 먹지  이런 데로 부르냐?”

그야 내가 이미 밥을 먹었으니까 그렇지. 하나무라 너도 먹고 왔잖아.”

그럼 맥도날드라도 가던가!”

거긴 너무 시끄럽잖아!”

 

언성이 높아지자 주변에서 힐끔대는 시선이 생겼다. 사토나카는 곧장 표정을 갈무리하고 웬일로 연락을  했느냐고 물었다. 신경을 쓴다고 썼지만 여전히 어딘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하나무라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아메리카노 잔의 빨대를 휘휘 저으며 입을 뗐다.

 

각잡고 얘기하려니  그렇긴 한데나루카미랑 아마기말야, 헤어졌냐?”

 

빨대를 검지로 튕기듯 손장난을 하던 사토나카가 손을 아래로 내렸다.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  귀를 기울이는 태도에 하나무라는 계속 말을 이었다.

 

다른  아니고. 요전에 나루카미를 만났거든.”

.”

놀려주려고 요즘 아마기랑 연락 많이 하냐고 물었더니 용건 없는 연락은 실례라더라고?”

 

묵묵히 듣던 사토나카에게서 답이 없자 하나무라는  말에 당위성이라도 부여하려는  말을 덧붙였다. 아니, 그렇잖아. 사귀는 사이면 매일같이 라인하고 전화하고  그렇지 않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진 말이 끊기자 카페의 배경음악이 더욱  들렸다. 어느새 뉴에이지 곡으로 넘어가 있었다.  상황과 정말 손톱만큼도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듣자 문득 이러한 것을 사토나카에게 말해서  어쩌자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비로소 핵심적인 의문에 도달한 것이다. 남의 연애에 참견이라는 멋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괜한 얘길…,”

하나무라 있잖아.”

 

? 당황함에 물든 표정이 멍청하게 변했다. 하나무라는 조금 멍한 시선으로 사토나카를 마주한다. 사토나카는 여전히 무언가 망설이는 것처럼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이내 전장에 나가는 장군처럼 비장한 표정을 했다.

 

  사람 사귀는  아니야. 정확히 말하면 사귄  없어.”

 

 

4.

하나무라가 그랬듯 사토나카 치에의 오해도  오래 지속되었다.

 

분명 유키코는 저와 둘이 있을 때도 좋아보였지만, 나루카미가 온다는 연락이라도 받으면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졌다. 치에는 그게 조금 섭섭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을 이끌어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그런 거구나, 느낄 때면 나도 연애를   해볼까, 잠깐 그런 마음도 들었더랬다.

 

대학에 와서도 여전히 유키코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유키코는 강의실로 이동하거나 점심을 먹거나 모든 시간을 치에와 함께 했기 때문에 모두 유키코에게 애인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보기에도 티가 나는 촌스러운 추파를 던졌다. 유키코의 성격을 아는 치에로썬 그녀가 다가오는 사람들을 강하게 쳐내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건 지극히 유키코다운 행동이었다.  대신 치에는 아무것도 모른  유키코의 남자친구를 꿈꾸는 남자들을 멋대로 동정해본다.

 

아마기씨 남자친구 없지?”

 

치에는 물고 있던 빨대를  빨았다. 맞은편에 앉은 유키코는 곤란한  눈썹을 찡그리며 웃었다. 학관 카페까지 쫓아온 남자는 버젓이 유키코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살짝 내밀어보인 손바닥이 거절의 의미인줄도 모르고 홀로 싱글벙글했다.  일이 아니라 나서지도 못하고 힐끔 시선만 주던 치에는 남자가 덥썩 유키코의 손을 잡았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어찌나 급하게 일어섰는지 의자가 덜컹 거리는 소리를 냈다.

 

유키코 남자친구 있거든?!”

 

남자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당사자는 두고 애먼 사람이 화를 내니 여간 놀란 모양이다. , 미안. 그제야 잡은 손이 떨어졌다. 머쓱하게 사과를 건네던 남자는 잠시간 자리를 지키는가 싶더니 슬쩍 테이블을 떠났다. 유키코는 그제야 주문한 딸기 스무디를 먹을  있었다. 짧은 한숨을   유키코가 조금 녹아버린 스무디 잔을 쥐고 웃는 낯을 했다. 고마워, 치에. 치에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곧장 화내지 않은 유키코를 애정 어린 말투로 다그쳤다.

 

그럴  화를 내라구, 유키코!”

 

치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키코는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앞으론 치에처럼 말해야겠다. 나지막하게 하는 말을 들은 치에가 나루카미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화근이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화제를 던지는 남자들에게 유키코는 자신이 애인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어필했고, 학과엔 순식간에 유키코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제야  유키코와 둘이서 조용하겠네. 가볍게 여긴 치에는 일이 아주  풀렸다고 생각했다.

 

나루카미를 보기 전까진 그런  알았다. 어딘가 불편한 사람처럼 쭈뼛거리는  눈치  사람은 치에뿐인지 유키코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셋이 만나면 간간히 느껴지던  사이에   같은 기분도 이제는 꺼져가는 촛불처럼 점점 희미해졌다.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알지 못했다. 어라? 하는 사이엔 이미 유키코와 나루카미 사이에 흐르던 묘한 기류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고  사람 사이에 치에가  것이 아닌  사람이 나란히 서있었다.

 

유키코 혹시 나루카미랑 무슨  있어? 에둘러  질문에 유키코는 특별한 일은 없다고 답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치에는 그것이  이상 묻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표현이라 생각했다. 잠깐 다툰 거겠지. 별일 아닐 거야. 심각한 상황은 아닐 거라 스스로를 달래며 며칠을 보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상황은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았으며 속이 타들어가던 치에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은밀하게 나루카미를 불렀다. 학생 식당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유키코가  몫의 학식을 받아 오길 기다리는 사이였다. 여기라면 떠들썩한 분위기에 새어나가는 말도 없을 거란 판단도 마쳤다.

 

나루카미  유키코랑 싸움이라도  거야?”

싸우다니….”

설마 헤어진  아니지?”

 

나루카미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 듣지 않아도 이미 답을 들은 것처럼 긴가민가하던 추측에 마침표가 찍혔다. 사귄지 얼마    아니었어? 어떻게  거야?  헤어진 건데?! 여러 질문들이 치에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휘저었다. 답답함에 치에의 입술이 벌어지려는 찰나 나루카미가 조금  빨랐다.

 

뭔가 오해가 있는  같은데 사토나카. 나랑 아마기는 사귄  없어.”

 

멀리서 쟁반을  유키코가 다가오고 있었다.

 

 

5.

사토나카와의 밀회는 하나무라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해결하기는커녕 새로운 고민을 더하고 말았다. 나루카미와 아마기.  사람이 사이가 나빠진  아니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날  장면은 대체 뭐지? 행주로 열댓 개의 테이블을 닦는 동안에도 깔끔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하나무라는 다시 한번 사토나카를 만났다. 이번엔 단둘은 아니었고 나루카미와 아마기도 함께였다. 간만에  같이 뭉치자는 말에 이견은 없었고 쉽사리 자리가 마련되었다. 모두에게 연락을 하기 직전까지도 하나무라는 머리를 싸맸다. 나루카미와 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이 만나 상황을 파악하는   어느 쪽이 나은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오후 타임 아르바이트에게서 추천 받은 사거리의 이자카야는 6시부터 사람이 많았다. 일찍  덕분에 거의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들어올  있었으나 맥주 잔에 물방울이 맺힐 쯤엔 가게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노래는 틀지 않았으나 사람들의 말소리만으로 술집은  시끌벅적했다. 모듬 튀김과 나가사키 짬뽕탕, 타코와사비를 주문한 이후에 간단한 근황 토크가 시작됐다. 하나무라는 대학에서 교양이 어떻고 팀프로젝트가 어떻고 하는 얘기를 하나도 알아들을  없었으나 딱히 끊을 생각도 없었기에 묵묵히 듣고 있었다. 관심이 다른 곳에 쏠려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나무라의 관심은 온통 이자카야에 들어왔을 적부터 알게 모르게 아마기를 살피는 나루카미에게로 쏠려 있었다.

 

안주 하나  시킬까?”

 가라아게!”

사토나카 그만  먹어라.”

뭐야? 하나무라 주제에!”

 

사토나카의 옆에 앉았던 아마기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직이는 모양대로 시선을 옮기던 나루카미가 어딜 가느냐 묻자 아마기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답했다. 술집의 주황빛 조명 탓에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기의  뺨이 불그스름했다. 나도 같이 . 나루카미가 지체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 화장실까지 따라 가게?”

파트너 그렇게  봤는데….”

아니 그런  아니라! 요스케 너까지.”

 

하나무라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몸을 물리자  억울한  나루카미의  끝이 빨개졌다.( 역시 조명 탓에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았다.)  탓에 한참 웃음이 터졌다. 여운이 남은 웃음을 입가에 매달고 사토나카가 일어났다.

 

유키코 나랑 같이 가자.”

 

그럼 됐지? 나루카미는 자신에게 향한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다녀와.”

 

나루카미의 걱정 어린 음성이 쫓아오자 사토나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팔만  뻗어 손을 휘저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나루카미가 어색하게 제자리에 앉는 것과 동시에 하나무라는 점원을 불러 가라아게를 주문했다. 메뉴판을 점원에게 넘긴 다음 어느새 미지근해진 물을  모금 들이킨다.

 

방금 전의 일로  가지는 확신했다. 아마기와 나루카미가 사귀지 않았음에도  주위에  사람이 애인사이였던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가. 그건 아주 간단했다.

 

나루카미  아마기 좋아하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젓가락이 바닥에 떨어졌다. - 나루카미  취했냐? 하나무라가 바닥에 떨어진 젓가락을 줍자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직원이  젓가락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교환한 젓가락을 테이블에 올려주니 나루카미가 미안, 짧게 사과했다. 하나무라는 어느새  나루카미의 잔에 맥주를 가득 따랐다.  잔에도 맥주를 따라 내밀자 나루카미가 잔을 부딪쳐 경쾌한 소리를 만들었다.

 

근데  아직도 짝사랑이냐.”

 

남은 튀김을 젓가락으로 찢으며 하나무라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글쎄. 나루카미는 한참 망설이더니 애매모호한 답을 했다. 나루카미의 잔이 금세 비었다. 하나무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맥주를 따르고 나루카미가 짧은 한숨을 뱉는다.

 

좋아하는 사람이 인기가 많다는  힘들 거라곤 생각도  했어.”

 

테이블 언저리를 응시하며 말을 하는 나루카미의 모습은 지나치게 정적이었다. 나루카미는 기억  어느 날을 더듬어 본다. 믿기 힘든 소문을 들었던 날이다. 과가 다름에도 같은 단대에 소속된 탓인지 소문은 빨리 퍼졌다. 기왕이면 몰랐으면 좋았을 소식은 나루카미에게도 배달되었다.  나루카미 아마기 애인 생겼다며? 평소 나루카미와 아마기가 친하다는 사실을  아는 동기의 물음에 나루카미는 되묻지도 못하고 멈춰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마기도 혹시 나를 좋아하는  아닐까 생각했던 나루카미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원래 인기 많았잖아, 아마기는.”

 

대수롭지 않다는 말에도 나루카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저런 반응을 하는  하나무라가 모르기 때문이다. 인기가 문제가 아니라,

 

아마기 애인 있어. 아마 우리 학교 사람인  같아.”

 

하나무라의 젓가락에 매달려 있던  토막  호박 튀김이 테이블로 곤두박질쳤다. 뭐라고? 제가 들은  맞냐는  되묻자 나루카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침묵이 내려앉자 주변의 소음이 더욱 선명해졌다. 한참  하나무라가 네가 뭔가 착각하는  아니냐며 재차 물었으나 대답은 여전했다. 하나무라는 눈을 깜빡이며 이전에 사토나카와 만났던 날을 되짚어 보았다. 아마기에게 애인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사토나카가 빼먹었을까.

 

순식간에 우중충해진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하나무라는 다른 말을 꺼냈다. 언제부터 좋아한 거야? 바뀐 화제는 탁월했다. 질문 하나를 던졌을 뿐인데 나루카미의 대답이 길어졌다. 고등학생 때의 이야기가 나오자 하나무라도 쉽게 이해할  있었다. 생기를 담은 눈동자와 입가에 은은하게 머무는 미소에서 하나무라는 나루카미가  진지하게 아마기를 짝사랑하고 있음을 느꼈다.  사실을 깨닫자 동시에 이대로 연소될 나루카미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다음에 아마기랑 같이 라멘 먹으러 , 내가 살게.”

아냐 내가 사먹을게. 미안하게.”

파트너~ 사람 섭섭하게 이럴 거야?”

 

투박한 손길로 나루카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하나무라가 맥주잔을 들었다. 자연스레 나루카미의 잔도 허공으로 올랐다. 유리가 부딪히는 맑은 소리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알싸한 맛이 넘어갔다. 아마기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사실이든 아니든 하나무라가  일은 변하지 않는다. 파트너라면 모름지기 어떤 상황에서도 파트너의 편을 들어주는  맞았다. 고마워 요스케. 그게 아니더라도 하나무라는 나루카미를 응원하고 싶었다.  말씀을.

 

사토나카도 데리고 갈게.”

? 아니  !”

?”

, 그러니까사토나카는 나랑 약속이 있어.”

 

당황한  사람 사이로 실례하겠습니다, 침착한 음성이 들렸다. 주문했던 가라아게를 놓은 점원이  그릇을 치워도 되겠느냐 묻는 바람에 하나무라가 얼떨결에 그러라고 말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짧은 대답에도 삑사리가 났다. 고요한 테이블  그릇끼리 부딪히는 소리만 났다. 직원이 떠나고 나서도 정적은 이어졌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가라아게를 보던 나루카미는 슬쩍 하나무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아니야.”

 아무 말도  했는데.”

 

덥지도 않은데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화장실에 갔던 아마기와 사토나카가 돌아와 자리에 착석하기 무섭게 나루카미가 입을 뗐다. 저기 사토나카. 그럼 하나무라는   저린 도둑처럼 나루카미의 말을 끊고 그런  아니라는 절규를 보냈다.

 

 

6.

이자카야 앞에서 한참을 떠날  몰랐다. 미처  풀지 못한 회포에 미련이 남은 탓이었다. 자꾸 흘러가는 시간에 아마기는 초조한   번이나 시간을 확인했다. 그걸 눈치  나루카미가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더라면 날밤을 샜을지도 모른다. 조만간  만나자는 말에 다들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쪽으로  너희는?”

 

사토나카의 목소리를 듣자 하나무라는 아까 나루카미와 나눴던 대화를 사토나카에게 전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술기운에 둔한 정신으로도 사토나카가 걱정하고 있겠거니 싶었다.

 

사토나카 가자, 데려가 줄게.”

 

사토나카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랗게 떠졌다.  반응에 하나무라가 아차하며 나루카미의 눈치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나루카미의 눈빛이 은근했다. 이런 식으로 오해를 사는 거구만.

 

나루카미  아마기나 데려다 . 아가씨를 혼자 보낼 셈이냐?”

 

혼자서 납득하고 나니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그래 맞아. 나루카미, 유키코를 부탁해! 놀란  알았던 사토나카가 금세 하나무라의 의도를 파악하곤 거들었다. 이대로 끝내면 좋겠지만 나루카미는 어쩐지  상황이 달갑지 않은  망설였다. 곧장 대답하지 않고 머뭇거리더니 아마기를 향해 물었다.

 

괜찮겠어, 아마기?”

 

하나무라는  옆에  있던 사토나카의 눈썹이 일그러지는  봤다. 답답하겠지. 나도 답답한데. 굳이 말하지 않고 하나무라는 철저히 상황을 방관했다. 그러나 하나무라보다  아는 사토나카는 아닌 모양이다.

 

싫다고 하면 유키코 혼자 보낼 셈이야?”

그런  아닌데 아마기의 의사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진정해 사토나카.”

 

방관하겠다곤 했지만 친구들끼리 싸우는  원치 않았기에 하나무라는 터지기 일보 직전인 사토나카에게 손을 뻗었다.

 

나루카미군 저기, 괜찮으면 데려다 줄래?”

 

분위기가 금세 조용해졌다. 나루카미가 등을 돌리자 아마기는 민망한  시선을 피하더니 이내 다시 목에 빳빳하게 힘을 주곤 나루카미를 마주보았다. 나루카미는 묵묵히 일련의 행동을 지켜보며 아마기를 기다려준다. 나루카미군이 데려다 줬으면 좋겠어. 힘주어 또박또박 말했음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자 아마기는 조금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시선을 내렸다.

 

 늦기 전에 가자 아마기.”

 

부드러운 말씨로 나루카미는 대답했다. 아래로 향했던 표정도 금세 풀렸다. 저도 모르게 숨죽여 지켜보던 하나무라는 조용히 사토나카를 옆으로 이끌었다. 사토나카는 영문도 모른  이끌리면서도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우리가 비켜주자. 하나무라가 눈으로 말한 덕분이다. 사토나카를 데려다주는 조용한 골목에서 하나무라는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유키코 애인? 아니야! 아니나 다를까 나루카미의 착각이었다. 역시 그렇지? 그러나 이번엔 하나무라도 사토나카도  사람의 오해를 풀자며 나서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을  나란히 걷는  사람의 등이 보였다. 무척이나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아마도,  다음은  사람이 알아서 해결할  분명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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