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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장르는 뉴단이다.

(↓대충 안 읽어도 되는 개인 티엠아이 접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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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것도 싫어하고, 특히 그걸 소재로 자극적인 장면만 연달아 넣는 연출은 혐오하는 편인데... 그래서 단간론파도 평생 좋아할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아마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캐릭터'와 '스토리', 무엇보다 '엔딩 연출'에 반해서 단간론파 시리즈를 좋아하게 됐다. (그러니까... 오타쿠라서...)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계정이 만들어진 날짜로 짐작해보자면, 단간~슈단간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대략 2015년 2월부터고, 뉴단간을 시작한 건 17년 4월 쯤일 것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근 2년은 단간/슈단간 덕질을 했다는 의미.

덕질을 할 때만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나는 팬덤 문화가 싫다. 팬덤에 소속되면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 자기 의견을 제대로 돌아보지도 않고 남의 말에, 분위기에 휩쓸리는 일이 잦고, 그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전시하지 않아도 될 부분을 전시하곤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주 많은 사람이 그러고 있다. 머릿수가 많으니 누군가 잘못된 이야기를 시작해도, 하나 둘 씩 동조하다 보면 그건 그 팬덤 안에서 옳은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단간론파 팬덤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게 뉴단간을 시작하기 직전 쯤이었다. 한국어 정발이 날 예정이었던 뉴단간론파v3의 정발이 취소되었다.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단간론파 기반 커뮤니티를 뛰었던 과몰입 커뮤러가 살인을 저지른 여파'일 것이라는 소문이 팬덤 내에서 사실처럼 퍼졌고, (트위터)팬덤은 며칠동안이나 떠들썩했다. 내가 피로감을 느낀 원인은 여기에 있었다. "단간론파는 자극적이고 유해한 컨텐츠다. 유해성을 이유로 법적으로 제한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합의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팬덤 내에 생각보다 "단간론파는 단순한 살인게임이 아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낼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와 같은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유해한 컨텐츠를 덕질하면서 가장 잃지 말아야할 태도가 해당 컨텐츠의 유해성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줄곧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냥 그 현상 자체가 나한텐 너무 스트레스였다. 

 

그런 와중에 나온 게 뉴단이었다. 

솔직히 딱 보기에 그렇게 맘에 드는 캐릭터도 없고... 팬덤과 더불어 장르에 피로감을 느끼던 상태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재밌게 플레이했던 시리즈의 신작이라는 생각과... 의견이 분분한 논란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던 것 같다. 결국 팔자에도 없던 ps비타와 뉴단 일본어판 칩을 샀다. 일본어는 히라가나/가타가나를 읽을 줄 아는 정도 수준이었어서... 당시엔 파파고가 없었으니 구글 번역기와 공략 사이트의(물론 일본어 사이트였지만 번역기를 돌려가며 열심히 참고했다.) 도움으로 열심히 플레이했다. 

처음 엔딩을 본 직후에는... 물론 충격이 가장 컸다. 그야 전작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오타쿠였으니까. 그런 전작의 캐릭터들을 데려다가 전작 팬들을 기만하는 듯한 대사나 시키고, 픽션이었다는 결론은 짠 꿈이었습니다~와 다를 바 없어보였으니까.

 

하지만 곱씹을수록... 생각을 달리 하게 됐다. 픽션이라는 부분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전작 캐릭터들을 그렇게 써먹은 걸 납득할 수가 없어서 게임에서 말하고자 하는 좀 더 본질적인 면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정확한 원인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키보가... 무척 귀여웠기 때문이 아닐까? 최애캐로 잡은 건 모모타였지만... 자꾸 키보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귀엽고 착한 키보... 그런 키보가 6챕에서 그렇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6챕에서 정확히 어떤 얘기들이 나왔었더라?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6챕을 다시 하게 됐다. 그리고... 1챕도, 5챕도, 돌아가서 4챕도... 그리고 다시 6챕. 기억이 애매하거나,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 챕터를 차근차근 다시 플레이하게 되었다. 분명한 건 최애캐 챕터인 5챕과, 가장 많은 메시지가 담긴 6챕을 가장 많이 플레이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점차, 뉴단간은 '단간론파를 끝낸' 작품이라는 점에 집중하게 됐다.

게임 안에서도 캐릭터들이 목숨을 걸어서까지 이 잔혹한 살인게임을 끝내고자 했지만, 실제로 뉴단간 이후로 단간 시리즈 디렉터인 코다카가 퇴사함으로써 현실에서도 '단간론파'는 끝이 났다. 이 점을 곱씹다보니 뉴단간론파라는 작품이 조금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6챕터의 흐름은 대충 이렇다. 1챕터에서 벌어졌던 재판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고, 진짜 범인을 지목하고, 그렇게 드러난 (이름으로 서치하시는 분들께 스포될 것 같으니 자체검열)의 존재에 대해 지적하고, 그렇게 이 세계의 진실을 파헤치고... 절망에 빠진 친구들을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각성한 희망 로봇 ㅋl보가 설득하고. 희망은 절망에 이겨야 한다고 꾸준히 설득한 끝에 ㅋl보 본인과 마ㅋl의 희생을 통해 '희망'에 투표하자는 흐름이 되었다가... 잠자코 있던 슈0ㅣ치가 ㅋl보의 의지는 자신들에게 잔혹한 살인 게임을 시키는(혹은 보고 즐기는) 바깥 사람들의 의지와 연결되어있다는 점을 깨닫고, 희망에도 절망에도 투표해서는 안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서 이 잔혹한 살인게임을 더이상 '유흥거리'가 아니게 만들고 여기서 끝내야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희망도 절망도 부정하겠어! 우리에게 그걸 바라는 바깥 세상을 부정하겠어!"

 

ㅋl보와 마ㅋl가 희생해서 얻는 그 '희망'이란 건 누굴 위한 희망인가? 게임 안에서 보면 바깥의 시청자들, 게임 바깥에서 보면 플레이어인 우리들을 위한 희망이다. 분명 가상의 캐릭터들이 목숨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다른 누군가를 구한다는 점에서 실제로 희망을 느끼는 사람도... 없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단간론파 시리즈는 원래 희망을 전달하기 위한 컨텐츠가 아니다.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자극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컨텐츠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도 모르고, 그 때문에 유해 컨텐츠의 본질을 착각하고 오해하는 게 절대 다수의 의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에 따른 감상 차이는 당연히 있을 수 있겠지만, 컨텐츠의 '본질'은 중요하다.

단간론파의 본질은 불행포르노 살인게임이다. 명백하게 '유해한 컨텐츠'다. 내가 뉴단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수많은 고등학생 캐릭터들이 죽고 말도 안 되는 절망에 빠지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졌으나 '어쨌든 희망과 미래가 있어!' 하고 어떻게 보면 본질이 흐려지며 끝나는 전작과는 다르게, 뉴단에서는 단간론파가 유해 컨텐츠임을 확실하게 짚어준다는 부분이 가장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뭐... 주절주절 썼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런 부분을 좋아한다는 거지 '그래봤자 뉴단도 살인게임이잖아...'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살인게임을 끝내는 살인게임... 불행포르노를 끝내는 불행포르노... 같은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간론파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준 뉴단을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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